영화를 보다가 마지막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는 자막을 보는 순간 몰입도가 달라진다. 허구라면 그냥 넘어갈 장면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는 사실 하나로 무게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화라서 더 충격적인 영화 열 편을, 실제로 어떤 사건이었는지 함께 짚어가며 정리해봤다.
1. 캐치 미 이프 유 캔(2002)
체크 위조와 사기로 미국 전역을 누빈 실제 인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한다. 십 대 시절부터 조종사, 의사, 변호사를 사칭하며 거액을 챙겼고, FBI 요원에게 쫓기다 결국 붙잡힌다는 줄거리가 실제 그의 삶과 거의 일치한다. 다만 이후 일부 언론에서 그의 자서전 속 행적이 과장됐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그가 실존 인물이고 실제로 FBI와 협업해 사기 방지 컨설턴트로 일했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다.
2. 127시간(2010)
미국의 산악인 애런 랠스턴이 실제로 겪은 사고를 그대로 옮긴 영화다. 협곡을 등반하다 바위에 팔이 깔려 닷새 동안 갇혀 있던 그는 결국 자신의 팔을 직접 절단하고 탈출했다. 본인이 직접 쓴 회고록을 원작으로 했고, 실제 사건의 디테일을 그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보는 내내 신체적인 고통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3. 아이, 토냐(2017)
1994년 미국 피겨스케이팅계를 뒤흔든 토냐 하딩과 낸시 케리건 습격 사건을 다룬다. 하딩의 전 남편이 라이벌 선수 케리건을 둔기로 공격하도록 사주한 사건으로, 실제로 하딩의 올림픽 출전 자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실명 그대로 등장하는 보기 드문 실화 영화로, 영화는 여러 관계자의 인터뷰 형식을 빌려 같은 사건을 서로 다르게 기억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4. 컴플라이언스(2012)
2000년대 초 미국 전역의 패스트푸드점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장난전화 사기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경찰을 사칭한 전화 한 통에 매니저가 속아 직원을 감금하고 신체수색까지 강요한 사건으로, 비슷한 사례가 70건 넘게 보고됐을 만큼 미국 전역에서 반복됐다. 영화는 각색을 최소화하고 실제 상황을 거의 그대로 재연했다는 평을 받는다.
5. 도가니(2011)
광주 한 청각장애 특수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진 성폭력 사건과 그 재판 과정을 다룬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실제 사건을 취재해 쓴 작품이다. 영화 개봉 이후 공분이 커지면서 사건이 재수사로 이어졌고, 성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연장하는 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지며 일명 도가니법이 만들어진 계기가 됐다.
6. 조디악(2007)
1960년대 후반부터 70년대까지 샌프란시스코 일대를 떠들썩하게 만든 조디악 킬러 사건을 다룬다. 실제로 이 사건은 지금까지도 범인이 명확히 특정되지 않은 미해결 사건으로 남아 있다. 영화는 사건을 쫓던 기자와 형사들의 시점에서 진행되는데, 결국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끝나는 결말이 실제 사건의 답답함을 그대로 전달한다.
7. 폭스캐쳐(2014)
미국 화학기업 듀폰가의 상속자 존 듀폰이 올림픽 레슬링 선수들을 후원하다 결국 선수 데이브 슐츠를 살해한 1996년 실제 사건을 다룬다. 막대한 재산과 권력을 가진 인물이 망상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린 작품으로, 실제 사건의 황당함과 비극성이 그대로 영화에 담겼다.
8. 핵소 고지(2016)
2차대전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를 들지 않고도 75명의 부상병을 구해낸 실제 군의관 데즈먼드 도스의 이야기다. 종교적 신념으로 살인을 거부하면서도 전장에 자원한 그는, 입대 과정에서 동료와 상관들에게 비겁자로 취급받기도 했지만 끝내 무기 없이 전투에 참여하겠다는 신념을 지켰다. 미국 역사상 무기를 들지 않은 군인으로는 처음으로 의회 명예훈장을 받았다.
9. 룸(2015)
에마 도노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로, 직접적인 실화 각색은 아니지만 오스트리아의 요제프 프리츨 친딸 감금 사건, 미국의 제이시 두가드 감금 사건, 클리블랜드 감금 사건 같은 실제 장기 감금 사례에서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특히 프리츨 사건은 친딸을 24년간 지하에 감금하고 일곱 명의 아이를 낳게 한 사건으로, 영화 속 설정보다 실제 사건이 훨씬 더 끔찍하다는 평이 많다. 제작진이 이런 실제 사건들을 조사하며 좁은 방에서의 생활을 사실적으로 구현하는 데 참고했다고 밝힌 만큼, 허구라고 해도 그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10. 터미널(2004)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제1터미널에서 실제로 18년간 머물렀던 이란 난민 메란 카리미 나세리의 사연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여권 문제로 입국도 출국도 할 수 없게 된 그는 실제로 공항을 집처럼 삼아 살았는데, 영화는 이 설정만 가져오고 줄거리는 새롭게 창작했다.
열 편을 모아놓고 보면 실화라는 사실이 주는 충격의 종류가 저마다 다르다는 게 보인다. 캐치 미 이프 유 캔이나 127시간처럼 한 개인의 극단적인 경험이 주는 충격이 있고, 도가니나 컴플라이언스처럼 사회 시스템의 무력함이 주는 충격이 있다. 폭스캐쳐나 아이, 토냐처럼 유명인의 추락이 주는 충격도 있다. 다만 룸처럼 직접적인 실화 각색이 아니라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창작물도 있으니,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각색인지는 작품마다 따로 확인해보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