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프로파일러를 다룬 드라마를 찾다 보면 마인드헌터(2017)와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2022)이 항상 같이 언급된다. 둘 다 논픽션을 원작으로 하고, 프로파일링이라는 개념 자체가 막 생기던 시절을 다룬다는 점에서 닮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드라마 평론에서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을 소개할 때 마인드헌터를 가장 먼저 언급하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사 기법이 학문으로 자리잡는 과정 자체에 관심이 있다면 마인드헌터, 한국 사회를 흔든 실제 연쇄살인사건과 그 현장의 무게감이 궁금하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더 맞는다. 평가 기준은 원작과의 거리, 다루는 시대와 사건, 연출 톤, 시즌 완결성, 이렇게 네 가지로 잡았다.
먼저 짚어둘 게 있다. 마인드헌터는 넷플릭스가 직접 제작한 오리지널이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가 나중에 넷플릭스 라인업에 합류한 경우다. 둘 다 지금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은 같지만, 제작 주체가 다르다는 건 미리 알고 보는 게 좋다.
원작과 실존 인물
마인드헌터는 전 FBI 수사관 존 더글러스와 마크 올셔커가 쓴 논픽션 ‘마인드헌터: FBI 엘리트 범죄 수사반’을 원작으로 한다. 주인공 홀든 포드는 더글러스를, 빌 텐치는 동료 수사관 로버트 레슬러를 모델로 했다. 데이비드 핀처가 총괄 제작을 맡아 차갑고 절제된 연출이 작품 전체를 지배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한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과 기자 출신 고나무가 함께 쓴 동명의 논픽션 에세이가 원작이다. 주인공 송하영은 권일용 본인을, 국영수는 한국 첫 범죄행동분석팀을 만든 실존 인물을 모델로 했다. 권일용 교수가 대본 자문부터 촬영 현장 코멘트까지 직접 참여했다는 점에서, 원작자 개입도는 마인드헌터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다루는 시대와 사건
마인드헌터는 1970년대 후반 미국을 배경으로, FBI 행동과학부가 막 만들어지던 시기를 다룬다. 에드먼드 켐퍼, 찰스 맨슨처럼 실제 연쇄살인범과의 인터뷰 장면을 재구성한 게 핵심이다. 범죄 자체보다 “왜 이런 범죄가 일어나는가”를 학문적으로 파고드는 쪽에 가깝고, 수사반이 내부 관료조직과 부딪히는 과정도 비중 있게 다룬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한국을 배경으로 한다.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 사건처럼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던 실제 연쇄살인사건들이 모티브가 됐고, 드라마에서는 가상의 이름으로 각색됐다. 수사 기법이 전무하던 시절 경찰 조직 내부의 저항과 무시까지 함께 보여주면서, 사회적 배경 묘사가 마인드헌터보다 더 짙게 깔린다.
톤과 연출, 캐스팅

마인드헌터는 대화와 심리전 위주로 흘러간다. 자극적인 장면을 최소화하고, 인터뷰실에서 벌어지는 말의 줄다리기로 긴장감을 만든다. 조나단 그로프와 홀트 맥캘러니의 담담한 연기가 작품의 차가운 톤을 그대로 받쳐준다. 다만 호흡이 느린 편이라 초반 진입 장벽이 있다는 평이 많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도 자극을 절제하는 쪽을 택했지만, 피해자와 유가족의 시선을 함께 비추면서 감정적인 무게를 더 싣는다.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영됐지만 실제로는 잔인한 장면보다 심리 묘사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이 우세했다. 김남길은 이 작품으로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고, 진선규의 팀장 연기도 함께 호평받았다.
시즌 운명과 완결성
두 작품의 결말 방식은 정반대다. 마인드헌터는 시즌2(2019)까지 나온 뒤 시즌3 제작이 무산됐다. 데이비드 핀처가 직접 “당분간은 없다”고 밝히면서, 정식 종영 발표 없이 사실상 미완결 상태로 남았다. 반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12부작으로 기획대로 완결됐고, 시청률도 첫 회 6.2%에서 9회 최고 8.3%까지 오르며 끝까지 상승세를 탔다.
수사 조직과 부딪히는 방식

두 작품 모두 “프로파일링이라는 새로운 수사 기법을 기존 조직이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갈등을 핵심 줄기로 깐다. 마인드헌터에서는 FBI 내부 관료들이 행동과학부의 연구를 의심하고 예산을 깎으려 들면서 갈등이 생긴다. 학계와 수사기관 사이의 신뢰 문제, 즉 “이게 과학이냐 심리테스트냐”는 시선이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에서도 비슷한 구도가 나온다. 범죄행동분석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현장 형사들은 “심리테스트라도 하나”는 식으로 비아냥거렸고, 팀장 국영수는 매 사건마다 프로파일링의 필요성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다만 한국판은 여기에 더해 경찰 조직 내부의 비리와 좌천 같은 한국적 관료 문화까지 함께 그려낸다는 점에서 갈등의 결이 조금 더 사회적이다.
누구에게 더 맞을까
수사 기법 자체의 탄생, 즉 프로파일링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궁금하다면 마인드헌터가 낫다. 다만 시즌3 없이 끝난다는 점, 그리고 느린 호흡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미리 알고 보는 게 좋다. 반대로 실제 한국 사건에 대한 기억이 있고, 그 사건을 쫓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이 완결성 있게 끝난다는 점에서 더 만족스러울 가능성이 높다.
이 글의 한계도 짚어두자면, 두 작품 모두 실화를 극화한 것이라 실제 사건과 디테일이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 마인드헌터는 일부 인물의 시간순서를 압축했고,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도 실제 사건 속 인물명과 좌천 사유 등을 드라마상 각색했다. 정확한 사실관계가 궁금하면 두 작품의 원작 논픽션을 함께 보는 걸 추천한다. 권일용 교수의 에세이는 한국 수사 현장의 변화 과정을 직접 증언하는 자료라서, 드라마를 본 뒤 원작까지 읽으면 이해의 깊이가 한층 달라진다.
정리하면, 둘 다 “프로파일링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같은 질문에서 출발했지만 답을 찾아가는 방식은 다르다. 마인드헌터는 학문적 호기심과 관료 조직의 저항을,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실제 피해자와 사회의 무게를 더 무겁게 다룬다. 둘 다 가볍게 정주행할 콘텐츠는 아니지만, 그만큼 끝까지 보고 나면 남는 게 분명한 작품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