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의 호프(Hope)|곡성 이후 10년 만의 신작이 주목받는 이유

곡성(2016) 이후 10년 만에 나홍진 감독이 신작 호프(2026)로 돌아온다.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으로 스릴러와 오컬트 장르의 지형을 바꿔온 감독이 이번에는 한 번도 다뤄본 적 없는 SF 액션을 들고 나왔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먼저 베일을 벗었고, 7월 15일 국내 개봉을 확정했다. 할리우드식으로 매끄럽게 다듬어진 SF가 아니라, 나홍진 특유의 잔혹하면서도 블랙 코미디적인 감각이 낯선 장르 위에 어떻게 얹힐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무엇이 이 영화를 이렇게까지 화제로 만들었는지 정리해본다.

어떤 이야기인가

배경은 1970~80년대, 비무장지대와 맞닿은 외딴 마을 호포항이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소식을 듣고, 마을 전체가 비상에 걸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청년들과 사냥꾼 성기(조인성)는 산으로 향하며 사냥감이 아니라 사냥당하는 처지가 되고, 순경 성애(정호연)는 노인들만 남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인간과 미지의 존재가 각자의 입장에서 충돌하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절대적인 악과 의심을 다뤘던 곡성과는 다른 결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캐스팅

황정민은 곡성에 이어 나홍진과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며 범석 역을 맡았다. 조인성은 야생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냥꾼 성기 역으로, 정호연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순경 성애 역을 맡았다. 여기에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합류해 외계 존재 쪽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본인이 처음 초청받았던 국제영화제가 부산국제영화제였을 만큼 나홍진의 전작들을 좋아했던 팬이라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고, 마이클 패스벤더는 “아내가 시켜서 참여했다”는 농담을 남기기도 했다. 조인성은 같은 해 류승완의 휴민트, 이창동의 넷플릭스 영화까지 합쳐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 세 명의 작품에 모두 출연하게 됐다.

칸 영화제에서 받은 반응

호프는 제79회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했다.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작품을 소개하며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을 갖고 있고 “장르가 끊임없이 변화”하며 “지금까지 한 번도 이야기된 적 없는 역사의 한 부분”을 펼쳐낸다고 평했다. 상영이 끝난 뒤 약 7분간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영화 중반부의 카체이싱 시퀀스는 현장에서 “2026년 영화계의 가장 위대한 순간 중 하나”라는 평을 받았다. 국내 개봉 전부터 전 세계 200여 개 국가와 권역에 선판매되며 흥행 가능성을 먼저 인정받은 셈이다.

제작 규모와 회사의 사정

제작비는 약 500억 원으로, 종전 최고액이었던 설국열차(2013)의 430억 원대를 넘어선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규모다. 러닝타임도 161분으로 황해와 곡성보다 4분 더 길어, 나홍진 본인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긴 작품이 됐다. 숲 장면 촬영을 위해 루마니아 레테자트 국립공원에서 대규모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하는 등 제작 방식 자체가 기존 한국 영화와 다른 스케일로 진행됐다. 북미 배급은 NEON이 맡았는데, 이 회사는 기생충을 비롯해 칸 영화제 수상작들의 북미 배급으로 잘 알려진 곳이라 글로벌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따라붙는다.

다만 이 거대한 제작비 뒤에는 무거운 사정도 있다. 투자배급사 플러스엠의 모기업 메가박스는 심각한 자본잠식과 부채 상태에 놓여 있고, 같은 계열 JTBC가 올림픽·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무리하게 확보한 여파로 유동화 자산이 고갈되면서 채무불이행 위기까지 겹쳤다. 결국 2026년 6월 14일 메가박스의 회생절차 신청이 현실화됐다. 회사 입장에서는 호프가 제목 그대로 마지막 희망인 셈이라, 이 작품의 흥행 여부가 단순한 영화 한 편의 성패를 넘어선 의미를 갖게 됐다.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비싼 영화가, 동시에 한 기업의 회생 여부를 가를 수도 있는 작품이 된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10년의 공백, 처음 시도하는 장르, 한국 영화 역사상 최대 제작비, 그리고 투자사의 존립까지 걸린 상황까지 겹치면서 호프는 개봉 전부터 여러 겹의 서사를 갖게 된 영화다. 칸에서의 반응은 분명 고무적이지만, 영화제 호평이 그대로 흥행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작 국내 관객의 반응은 7월 15일 개봉 이후에야 확인할 수 있다. 나홍진이 추격자, 황해, 곡성 모두에서 매번 예상을 뒤엎어온 감독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비슷한 충격을 줄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200여 개국에 선판매됐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어느 정도의 신뢰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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